때론 이규혁 오빠에게 털어놓아요… 가끔 클럽가서 음악에 몸 맡기죠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안봐요, '그것이 알고싶다'가 더 재밌죠
- 재활의 봄
무릎에 물 차… 빼면 계속 차올라 하루 두시간씩 근육 강화 훈련중
이제 마지막 무대가 될 평창 준비
"제 시즌은 끝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제 시작이죠. 지금이 제 무릎엔 가장 소중한 시간이거든요. 하루 두 시간씩 재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세계선수권 금메달로 2015~2016시즌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이상화(27·스포츠토토)는 봄을 맞아 쉬지 못한다. 자신만의 '재활 시즌'을 시작했다. 그는 고질적인 왼쪽 무릎 부상을 안고 선수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무릎에 물이 차 있지만 빼면 계속 차올라요.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증상이 나아집니다. 근육운동의 연속이죠. 어릴 땐 '버틴다'는 생각으로 재활했는데 이젠 즐겁게 하고 있어요. 다 저 좋으라고 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재활 운동 외엔 시간이 많다. 3월 봄날에 만난 이상화는 예쁜 롱스커트 차림이었다. 스스로는 "디즈니 공주 코스프레(흉내 내기)"라고 했다. 스케이트 신은 모습만 주로 본 기자 눈에 하이힐이 꽂혔다. "행사가 있거나 특별한 날이 아니면 무릎 보호를 위해 잘 안 신어요."
이상화는 이번 시즌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시즌 도중 패닉이 올 정도로 힘든 적도 있었어요. 끝까지 집중해 정상에 올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경험이 쌓이면서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2년 뒤 평창올림픽은 저부터 기대됩니다."
이상화는 "평창올림픽이 현역 선수로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소치올림픽 당시 홈 팬들의 성원을 받는 러시아 선수들을 보면서 다음엔 '우리 차례'라는 생각에 들떴던 기억이 나요." 그가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면 2010 밴쿠버, 2014 소치에 이어 한국 최초로 올림픽 3연속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이런 기록 문제에 대해 이상화는 "사실은 부담된다. 이미 올림픽에서 금메달 두 개나 땄는데…"라고 했다.
그는 은퇴 후 어떤 삶을 그리고 있을까. "(한 살 어린) 김연아랑 가끔 연락하는데 은퇴 후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해요." 하지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김연아처럼 스포츠 행정 분야에서 일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코치가 되는 것에도 별로 관심이 없어요. 정말 평범하게 살지도 몰라요.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대표나 한 번 해볼까요? 호호."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있지만 이상화는 "늘 외롭다"고 했다. "연애를 하고 안 하고의 차원이 아니라 정상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있어요. 2006 토리노올림픽 때부터 외롭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건방지다고 할까 봐 주위에 털어놓기도 어려워요." 그래도 이런 이상화를 이해하는 사람은 소속팀 스포츠토토의 이규혁 감독이다. "아직은 감독님이라 못 부르겠어요. 선배이자 오빠죠. 규혁 오빠가 많은 조언을 해줍니다."
생각이 복잡할 때면 이상화는 레고 블록을 꺼내 조립한다. "외국 대회 나갈 때마다 레고를 사는데, 주로 시티 시리즈를 모아요. 100개쯤 되죠. 그걸 만들고 있으면 잡생각이 사라져요." 비시즌 때는 가끔 클럽에 가서 EDM(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몸을 맡긴다. TV 드라마엔 관심이 없어 최근 공전의 히트를 기록 중인 '태양의 후예'도 보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시사 추적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요즘엔 요리가 새로운 취미가 됐어요. 전지훈련차 캐나다에 갈 때 찌개나 김치전, 떡볶이 만들어주면 캐나다 친구들이 정말 잘 먹더라고요."
한국 나이 20대 후반인 이상화에겐 결혼한 친구도 있고, 이미 엄마가 된 친구도 있다. 이상화는 아직 결혼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은 이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아버지가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좋은 사람 만나야지'라고는 하세요. 뭐, 제 꿈이 현모양처이긴 해요."
살면서 '천생 여자'라고 느낀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상화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모)태범이나 (곽)윤기 같은 '남사친(남자 사람 친 구의 준말로 성별이 남성인 친구를 이르는 말)'들과 장난치며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옷도 평소엔 캐주얼하게 입고 다니고. 그냥 털털한 거죠."
광고에서 자주 보게 된다고 하자 그의 속마음이 살짝 드러나는 말이 나왔다. "제가 차와 속도를 겨루는 자동차 광고가 있었죠. 다음번엔 예쁜 모습, 일상의 모습도 나왔으면 해요. 숨어 있는 여성미가 엿보이는 걸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