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토토와 스포츠서울이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들을 선정해 해당 종목이 처한 현실과 활성화 방안을 짚어보는 일곱 번째 기획인 양학선.손연재의 등장, 그 이후의 韓 체조"를 발행했습니다. 앞으로도 케이토토가 스포츠서울과 함께 스포츠선진국으로 가는길, 종목 다양화에 있다는 슬로건과 함께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공동기획을 지속적으로 연재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양학선.손연재의 등장, 그 이후의 韓 체조
양학선이 지난 2012년 8월7일 영국 런던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 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선에서 연기하고 있다. 런던 | 공동취재단
1959년 국제체조연맹(FIG)에 가입하면서 국제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한국 체조는 2012년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도마의 신’ 양학선(26·수원시청)이 2012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오랜 숙원을 이뤄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기계체조는 노메달에 그쳤지만 리듬체조에서 ‘체조여신’ 손연재(24)가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인 5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비인기 종목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스타 선수의 탄생이다.
‘마린보이’ 박태환(29·인천시청)과 ‘피겨여제’ 김연아(28)가 대표적인 예다. 국민적 관심에서 소외된 종목이더라도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국민적 관심은 한순간에 쏠린다. 44년간 국제 무대를 밟아온 한국 체조도 예외는 아니었다. 양학선과 손연재, 두 간판스타의 탄생으로 커다란 국민적 관심을 받았고 ‘포스트 손연재’, ‘제2의 양학선’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체조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 꿈나무 육성과 국가 경쟁력 높이기
스타 선수의 탄생으로 확실히 꿈나무들은 많이 증가했다.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는 “특히 리듬체조 부분에서 손연재를 보고 꿈을 꾸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다. ‘붐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 비해 꿈나무나 청소년 선수들이 굉장히 많아졌다”고 몸소 체감한 변화를 언급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선수 수급이 최대의 난제로 꼽히는 한국 스포츠의 현실 속에서 체조 꿈나무가 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갑다. 협회 차원에서도 미래의 기둥인 이들을 육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체조협회는 예산의 약 50%를 꿈나무 육성에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수영재 육성프로그램이다. 10명 정도의 선수들을 꾸려 미국이나 유럽 등 스포츠 선진국가에 보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체조 시스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도자들도 외국 선수들을 보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국제무대에서는 좋은 선수가 나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체조협회가 2012년부터 ‘코리아컵 체조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이유다. 당시 ‘양학선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했던 코리아컵은 국제대회 금, 은, 동 메달리스트 등 최우수 선수들만 초청해 여는 협회배 대회로 세계에 한국 체조의 위상을 떨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승상금은 3000달러로 어느 국제대회에도 뒤지지 않는 규모이며 국제연맹 회장을 비롯해 위원장, 각 국 코치, 심판 등 많은 이들이 참여한다. 한국 선수들을 이들에게 알리고 함께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2012년 첫회를 시작으로 2014년에도 한 차례 개최했고 2020도쿄올림픽을 2년 앞둔 올해 11월에도 코리아컵을 개최한다. 11월 11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코리아컵에는 북한 체조 선수들도 초청했다. 북한 역시 참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 남북 체육 교류의 장으로서도 기대가 커졌다.
손연재가 20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리우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결선에서 곤봉 연기를 하고 있다./2016.8.20/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제도적, 재정적 환경은 제자리걸음
문제는 한국 체조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 선수들도, 협회도 노력하고 있지만 환경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체조협회 관계자는 “양학선, 손연재 같은 스타 선수들이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나오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2016년 대한민국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최순실 사건 이후 체육 특기생의 출석과 성적 관리가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학생 선수들이 수업에 빠지면서 운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수업하고 운동도 하는 선진국형 시스템이 최종적으로 지향해야할 방향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당장 우리 나라 현실에서는 과도기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양학선, 손연재의 등장 이후 꿈나무들이 많이 증가했다고는 해도 한국의 체조 선수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다. 현재 체조협회에 등록된 선수는 1150명으로 일본(11만 5000명)과 100배 차이가 난다. 선진국처럼 어느 정도 선수 수급 등의 환경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제도적 변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은 체조를 비롯한 체육계 현실은 선진국형 제도를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적 개선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그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선수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정적 환경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협회 관계자는 “상위 10개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체육단체는 선수도 열약하고 재정적으로도 열약하다. 좋은 선수를 발굴해 내고 해당 종목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스포츠를 향한 예산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잠깐 올림픽 때만 반짝 관심을 두며 메달을 강요한다. 선진국은 평상시나 올림픽 때나 거의 똑같은 시스템과 재정적 지원 제도가 뒷받침돼 있다”라며 “수익사업을 한다지만 대기업에서 후원해주지 않는 이상 힘들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순실 사건 이후)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한국 체조의 힘든 현실을 호소했다.
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