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토토와 스포츠서울이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들을 선정해 해당 종목이 처한 현실과 활성화 방안을 짚어보는 여섯 번째 기획인 위기의 씨름, 무엇이 문제인가를 발행했습니다. 앞으로도 케이토토가 스포츠서울과 함께 스포츠선진국으로 가는길, 종목 다양화에 있다는 슬로건과 함께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공동기획을 지속적으로 연재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위기의 씨름, 무엇이 문제인가
씨름 홍보 캠페인을 위해 포즈를 취한 허선행(왼쪽)와 박정우(오른쪽). 사진제공 | 대한씨름협회
씨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속스포츠다. 씨름의 유래를 까마득한 상고시대부터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역사와 전통이 깊다. 수 많은 시간을 거쳐오면서 개량과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 민속씨름의 인기는 오랜 역사에 비례하지 않는다. 갈수록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살리고 보존해나가야 할 씨름이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씨름의 위기다.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한 씨름
씨름의 역사는 곧 한민족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씨름의 발자취는 아득한 상고시대부터 찾아볼 수 있다. 한국씨름연구소에 따르면, 한민족의 조상은 기원전 3000년~2000년 무렵 신석기 시대부터 시작되는데 이 시기 부족국가 시대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씨름에 대한 발자취는 ‘치우희’ 라는 씨름의 명칭이다. 전설적인 군신이며 무신인 그의 이름을 딴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중국의 ‘후한서’와 우리나라의 ‘조선상고사’에 씨름에 관한 명칭인 ‘각저희’와 ‘씰흠’이 등장해 씨름에 관한 일화를 기록하고 있다.
삼국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를 거쳐 씨름은 1900년 대 들어서 더욱 성행하게 된다. 1927년 조선씨름협회가 창단되면서 그 해 ‘제1회 전조선 씨름대회’가 휘문고등학교에서 개최됐다. 이 대회는 1934년 제6회 대회까지 치러졌고, 2년 후인 1936년 다시 조선일보사가 ‘제1회 전조선 씨름선수권 대회’를 개최하며 명맥을 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씨름대회인 ‘전국 씨름선수권 대회’는 1946년 조선씨름협회가 ‘대한씨름협회’로 명칭을 바꾸면서 1947년 제1회 대회가 개최된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제72회 대회가 강원도 인제에서 열렸다.
프로씨름이 생긴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1982년 4월 민속씨름위원회가 발족됐고 이듬해 3월 출범하면서 4월 14일 ‘제1회 천하장사씨름대회’가 장충체육관에서 펼쳐졌다. 전국민적 인기를 구가한 씨름은 일양약품, 보해양조, 럭키증권, 현대, 삼익가구, 부산조흥금고, 인천 등이 창단되면서 프로스포츠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1997년 IMF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팀 해체로 이어졌고, 마지막 남은 현대 팀도 실업팀으로 옮겨가며 ‘한국씨름연맹’도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2003년 3월 한국대학씨름연맹이 창설됐고, 기존 대회와 차별화된 리그전 형식의 대회를 열고 매스컴을 통해 씨름의 매력을 알리는 등 씨름의 부흥을 위해 노력했다.
19일 강원도 횡성군 횡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2018 설날장사씨름대회’ 마지막날 열린 여자부 우승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 | 대한씨름협회
◇씨름의 위기, 근본 원인은?
그렇지만 씨름의 인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추락하고 있다. 대회가 열려도 국민들의 큰 관심이 얻지 못하고 있다. 중계 빈도도 적을 뿐더러 시청률도 나오지 않는다. 점점 그들만의 스포츠가 돼가는 모양새다.
현장에 있는 씨름 지도자의 생각은 어떨까. 증평군청 씨름단을 이끌고 있는 연승철 감독은 씨름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 감독은 “요즘 사람들은 스포츠를 통해 와일드한 모습 등 보는 즐거움을 원한다. 씨름에서도 마찬가지다. 관중이나 시청자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부분이 가미돼야하는데 경기에서 그런 모습이 나오질 않는다. 트렌드에 맞춰가야하는데 주변 환경 조성도 미비하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씨름협회는 박진감 넘치는 씨름을 위해 체급별 한계 체중을 낮추기도 했다. 무게 씨름에서 기술 씨름으로 옮겨가게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연 감독은 씨름이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체중 조절보다 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 감독은 “어릴 때부터 씨름을 가르칠 땐 기본기를 정확하게 인지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성적 위주다보니 이기는 씨름을 가르치게 된다. 기본기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경기도 루즈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계 체중을 낮춘다고 와일드한 씨름이 나오는게 아니다. 씨름을 배울 때 와일드한 씨름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적지상주의로 인한 잘못된 씨름 교육이 지금의 문제를 야기시켰다는 말이다.
결국 유소년 교육의 문제점부터 해결해야 한다. 연 감독은 “씨름이 샅바싸움이 없는 반면 루즈해졌다. 유소년 교육부터 해결해나가야 한다. 1년에 한번씩이라도 기본 기술에 대해 평가를 하고 평점을 내서 일정 기준을 통과한 선수들만 씨름대회에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기가 갖춰진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대회의 질도 더 높아진다는 것이 연 감독의 생각이다. 연 감독은 “지금은 씨름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기다. 이기는 씨름이 아닌 기초를 다지는 교육이 돼야한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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