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토토가 3월 말부터 약 3개월간 스포츠서울과 함께 스포츠선진국으로 가는길, 종목 다양화에 있다는 슬로건과 함께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공동기획을 연재합니다.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들을 선정해 해당 종목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보고 활성화에 필요한 요소를 짚어보는 이번 기획은 매주 1회씩 업로드 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포츠선진국으로 가는 길, 비인기 종목 활성화+다양화에 있다
남자 필드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에서 최강 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딴 뒤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윤성빈보다 스켈레톤이란 종목을 기억해달라.”
온국민의 시선을 모았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로 썰매 종목 금메달리스트가 된 남자 스켈레톤 윤성빈은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사람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윤성빈의 재능과 노력을 조명할 때 그는 척박한 환경에서 외롭게 경쟁하며 자신의 영광을 뒷받침한 종목, 스켈레톤이 평창 올림픽 이후 다시 냉대받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실제로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때 스포츠팬들이나 국민들은 선수들의 투혼과 승리, 메달에 환호하고 열광하지만 대회가 끝나면 그런 애정이 삽시간에 식어버리기 일쑤였다. 관심은 야구와 축구, 골프 등 인기 많은 프로스포츠도 순식간에 이동했고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은 또다시 차가운 현실 속에서 스스로와 싸워야 했다.
◇컬링부터 펜싱, 필드하키까지…비인기 설움 딛고 ‘가슴 울렸다’
이른바 ‘비인기 종목’이 각종 국제대회를 통해 전달한 교훈과 감동은 셀 수가 없다. 가장 가깝게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 컬링과 2년 전 리우 하계올림픽 때 펜싱을 들 수 있다. 개막 전부터 아침마다 진행돼 텔레비전 전파를 탄 혼성 종목(믹스 더블)이 시선을 모았고, 급기야 ‘팀 킴’으로 불리는 여자 컬링이 승승장구한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일궈냈다.
연장전 끝에 극적으로 승리한 여자 컬링 준결승 한·일전은 축구나 야구의 한·일전 못지 않은 짜릿한 쾌감과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대회 전까지 많은 관중 앞에서 제대로 된 국내 경기조차 할 수 없었던 여자 컬링 대표팀의 현실을 고려하면 한·일전 승리의 값어치는 더욱 컸고 훈련 과정은 금메달 감이었다.
리우 올림픽 펜싱은 국민들 가슴을 울린 종목으로 기억된다. 남자 에페 결승에 나서 기적 같은 뒤집기 드라마를 펼친 박상영의 스토리가 그만큼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헝가리의 강자 게자 임레를 맞아 10-14로 뒤진 가운데 패배에 1점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에페는 두 선수가 같은 시간에 찌르기에 성공할 경우 양쪽에 1점씩 주지기 때문에 금메달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 때 피스트 뒤쪽에 있던 박상영은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혼잣말을 되뇌이며 마지막 각오를 다졌다.
박상영은 이후 거짓말처럼 5점을 연속으로 얻으면서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박상영이 불러일으킨 “할 수 있다” 신드롬은 나약한 줄 알았던 2030세대의 당찬 패기와 도전 의식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에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4년에 한 번 주목을 받을까말까한 종목 펜싱이 던진 훌륭한 메시지였다.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들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전달하는 메시지는 끝이 없다. 필드하키는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상 여자), 2000년 시드니 올림픽(남자)에서 3번이나 은메달을 따냈다. 남자 대표팀이 시드니 올림픽에서 준우승할 때 금메달을 딴 네덜란드 하키협회 관계자가 자국 하키 선수들 및 클럽들을 모아놓은 큰 책자를 들고 다녔다는 얘기는 선수층이 그야말로 소수정예인 한국 하키의 메달 릴레이가 선수들의 피와 땀으로 완성된 것임을 입증한다.
하계아시안게임마다 다수의 금메달을 척척 따내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종합 2위를 달성할 때 효자 노릇을 했던 정구, 박종훈(1998년 서울 올림픽 동메달)~여홍철(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양학선(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으로 이어지는 체조, 세계 정상권에 거의 도달해 올림픽 메달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근대5종 등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위선양에 일조하는 소중한 종목들이다.
박상영이 2016년 8월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결승에서 게자 임레에 대역전승을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에선 외롭지만 해외에선 박수받는다
한국에선 외롭지만 해외에선 박수를 받는 종목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배드민턴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위상이 드높다. 1990년대엔 세계적인 스타 박주봉의 이름을 딴 ‘주봉 주스’가 말레이시아에서 팔릴 정도였다. 배드민턴이 국기인 인도네시아에선 국제대회 때마다 수천명이 체육관을 꽉 채워 폭발적인 열기 속에 매 경기가 열린다. 그 속에서 성과를 일궈내는 한국 선수들의 인기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부와 명예도 동시에 따라온다.
지난해 여름엔 인도에서 각광받는 스포츠 카바디를 하는 한국 선수가 인도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활약하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우리의 술래잡기나 ‘얼음땡’ 놀이를 연상하게 하는 카바디는 국내 현역 선수가 100여명에 불과할 만큼 열악하다. 하지만 국가대표 이장군이 4년 전 인도에 진출, 첫 해 연봉 300만원만 받으며 고생한 끝에 지금은 1억원을 훌쩍 넘는 인도리그의 간판급 선수로 급부상했다.
한국에선 그의 존재를 아는 이가 별로 없지만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에선 특급 대우를 받는 것이다. 대륙별로 인기 있는 스포츠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속속 진입하면서 한국이 이런 스포츠를 잘 공략하고 선수를 키울 경우 국제대회 메달 획득이란 1차 목표 달성은 물론 스포츠 저변 확대 및 직업군 다변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도 이룰 수 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구국가대표팀이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미디어데이를 갖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 그 답을 찾는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이제 자카르타-팔렘방 하계아시안게임 시즌이 왔다. 대한민국이 막 개막한 프로야구와 오는 6월 러시아 월드컵 열기로 점점 물들고 있지만 지금도 진천선수촌 등 각 훈련장에선 비인기 마아추어 종목 선수들이 아시아 최고의 자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엔 무려 462개 세부종목이 치러질 예정이어서 역대 최다 금메달을 놓고 각국 선수들이 다투는 대회로 남을 전망이다. 그 만큼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분전이 한국의 종합 2위 달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인 케이토토와 함께 ‘스포츠선진국으로 가는 길, 종목 다양화에 있다’는 슬로건과 함께 비인기 종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한국 스포츠가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공동기획을 펼친다. 대표적인 비인기종목들을 선정해 해당 종목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보고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네덜란드는 인구 1700만명으로 한국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지만 축구는 물론 빙상과 농구, 배구, 핸드볼, 필드하키, 승마, 사이클, 수영, 조정, 요트 등 다양한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내며 작지만 강한 스포츠 국가로 올라섰다. 2년 전 현지에서 만난 네덜란드 체육 관계자는 10대 전후의 선수들이 땀 흘리는 실외 빙상장을 소개하며 “어린 선수들이 원하는 종목이 있다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최근 도쿄 하계올림픽 개최와 함께 체육 선진국으로 발전한 일본의 스즈키 다이치 체육청 장관은 “야구에만 집중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어린 야구 선수들 중 소질이 다양한 이들에게 다른 종목을 권하고 그들에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출전의 기회가 있다고 역설한다”고 했다.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의 온전한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이 새겨들어야 할 패러다임이다. 많은 이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접한다면 그들이 자신의 인생을 거는 모험 없이도 각 종목 국제대회에 출전해 성취감을 맛 볼 수 있고 한국 스포츠의 저변도 넓어진다.
당장은 국제 경쟁력이 감소할 수 있으니 궁극적으론 일본이나 영국처럼 많은 사람들이 야구나 축구를 하지 않아도 인정받을 수 있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스포츠서울도 비인기 종목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주기로 반짝하는데 그치지 않고 꾸준히 국민 속에 파고들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예정이다.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