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체육 젖줄이 흔들린다…스포츠토토 적자 가속화 우려
대한민국 체육 재정의 90%를 책임지는 스포츠토토가 운영사의 적자 누적으로 흔들린다. 중앙포토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관련 사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수탁사업자인 스포츠토토코리아의 재정건전성이 날로 악화되며 정상 운영이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 8월 이후 비상 경영을 선포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물가상승 등으로 경영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스포츠토토는 지난 2001년 출범해 20여 년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2001년 2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5조6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를 통해 조성한 체육진흥기금은 지난해 기준 1조7700억원으로, 이는 대한민국 체육 재정의 90%에 육박하는 액수다.
갈수록 커져가는 몸집과 달리 수탁사업자 스포츠토토코리아의 재정은 악화 일로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기 침체 여파를 받아 수익률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매년 15억원~20억원 대 적자가 나고 있다. 누적 적자는 40억원에 육박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수탁 계약기간(5년) 도합 손해액이 1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토토 홍보물. 사진 스포츠토토 홈페이지 캡처
우려스런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임직원들의 퇴사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7명이 퇴사한 것을 비롯해 지난 2020년 7월 이후 총 45명이 회사를 떠났다. 퇴사자의 공백을 경험이 부족한 신입 직원들로 메꾸다보니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스포츠토토코리아는 비용 절감을 위한 자구 노력에 착수하는 한편, 국민체육진흥공단에도 SOS를 요청한 상황이다. 공단 측이 제공하는 위탁운영비를 증액하거나, 또는 사용 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한 뒤 대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위탁운영비 중 마케팅비 등 예산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단에 반납하도록 되어 있는 일부 예산에 대해 용처를 확대해 인건비 등 적자 폭이 큰 부문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치는 게 골자다.
스포츠토토는 프로야구를 비롯해 국내 프로 및 아마추어 스포츠 발전의 젖줄 역할을 한다. 연합뉴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투표권 발매 자체가 파행을 빚은 기간이 길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해 국제적으로 물가 및 인건비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관련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공단이 스포츠토토코리아에 지급하는 위탁운영비 금액을 늘리거나, 또는 사용 범위를 확대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명분은 충분하다”고 진단한다.
스포츠토토코리아는 “관련 규정상 2년 10개월 뒤에는 수탁사업자를 선정하지 않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토토 직접 운영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투표권 관련 사업 실무를 경험한 핵심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 된다면 이는 추후 관련 사업을 물려받을 공단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진행 중인 불법스포츠베팅 근절 캠페인 홍보물. 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와 관련해 공단 관계자는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관련 사업을 낙찰 받을 당시 수탁률을 낮게 책정한 스포츠토토코리아의 판단에 있다. 미리 정한 계약 내용을 바꾸는 건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스포츠토토코리아측의 상황은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매출액을 늘려온 공로도 있는 만큼,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사제공 중앙일보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