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매출 5조' 스포츠토토 직원들의 '퇴직 러시', 원인과 해결책은?
5조 6천억 시장 규모 만들고도 업계 최저 대우
최근 2년 사이 45명 퇴사, 올해에만 17명 이직
토토사업 안정적 운영 지혜 필요
스포츠토토 직원들은 융통성 없는 제도 운영의 희생양인가. '28억 시장을 5조 6천억 규모로 끌어 올린 스포츠토토 직원들이 공로를 인정받기는커녕 업계 최저 대우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 하며 퇴직 러시를 이뤄 스포츠토토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퇴사 직원들 대부분이 사업의 핵심 인력들이어서 사업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대 실적을 내면서도 경직된 제도 운영으로 직원들의 처우 개선에는 관계자와 부처 모두 외면한 결과다. 직원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는 실정의 원인과 해결책을 살펴본다.
◆매출 5조 회사의 기형적 '비상 경영'
지난달 30일 스포츠토토코리아는 회사 내부망을 통해 "9월부터 경영진(임원)의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 형식을 통해 삭감하는 비상경영 1단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 적자를 벗어나기 위한 2단계 '고육지책'의 예고편인 셈이다. 지난해 인건비로 인한 영업적자를 메우지 못하고 이어오다 주주사들로부터 자본금을 추가 증자하거나 금융권 차입 등 자금 조달 창구마저 막히는 등 끝내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 비상경영 조치를 취한 것이다.
스포츠토토코리아의 기형적 비상경영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도 이를 직원들 처우개선에 활용할 수 없는 제도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스포츠토토코리아 사무직 인건비는 136억 원으로 수탁사업자인 스포츠토토코리아가 입찰 당시 책정한 인건비 예산 99억원에서 37억원이 초과된 금액이다. 스포츠토토코리아 측은 해당 금액을 자체 조달을 통해 충당하며 "차기 입찰에 성공한다면 충분히 손해를 만회할 수 있다"며 주주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영화로 차기 입찰이 막히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돈이 남아도 모자란 곳에 사용할 수 없는 예산과목 지급기준이 문제
문제는 스포츠토토코리아 직원들의 노력으로 발행사업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의 매출은 6조원가량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단의 매출은 6조3310억 원으로 전년도 매출인 5조3470억 대비 18.4% 증가했다. 이 중 스포츠토토 발매사업으로 발생한 수익은 5조 6195억원으로 전체 수익의 88.8%를 차지한다. 반면 6조원의 매출을 올려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의 대다수를 충당하고 있는 수탁사업자는 매출의 0.006%에 불과한 수십억 원의 인건비 마련이 어려워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스포츠토토 위탁 사업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예산과목 지급기준 때문이다. 돈이 남아도 모자란 곳에 사용할 수 없는 구조 탓이다. 지난해 스포츠토토코리아의 선수단운영비, 시스템 유지보수비 등 지출 항목에서는 공단 승인액보다 적은 비용이 들어가 자금이 남았으나 해당 비용은 모두 공단으로 귀속됐다. 정산항목이라는 이유에서다.
순수위탁운영비 안에 포함된 시스템유지보수, 전용망사용료, 마케팅비 등 정산비용은 사용 후 남으면 기금으로 반납하도록 돼 있다.인건비, 사업운영비 등 비정산 항목으로 이월이 불가능하다. 인건비를 조달하지 못하자 스포츠토토코리아의 자체 자금을 투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토토코리아는 "계약된 인건비보다 5년간의 수탁기간내 추가로 인건비를 부담하게 된다면 총 120억~150억원의 손해가 예상된다"며 "그렇지 않아도 업계 최저 수준의 직원들 연봉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이다"면 난감해하고 있다.
◆올 들어 17명 퇴사, 핵심 인력 이탈로 '비상'
상황이 이렇다보니 퇴사자도 속출하고 있다. 2020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스포츠토토 200명가량의 직원 중 45명이 퇴사했으며 특히 올해 들어서만 17명이 잇달아 회사를 떠났다. 퇴사한 직원들은 대부분 3~5년 경력의 직원들로 주로 시스템 개발 및 운영, 상품 운영 부분 소속 직원들로 투표권 사업의 핵심 인력들이다. 이들은 주로 낮은 연봉, 직원 복지 감소 및 향후 비전에 대한 회의감으로 퇴사한 것으로 알려져다. 현재 진행 중인 비상경영이 2단계로 접어든다면 인력 유출은 가속될 수밖에 없으며 사업 운영에도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스포츠토토코리아측은 입찰 당시 추정해 세운 5개년 비용 집행계획을 지난 2년간의 실제 집행 실적에 맞춰 재조정하고 새로운 추가 과업에 대해서는 수탁사업자에게 별도 비용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또한 순수위탁운영비 가운데 사용 후 남으면 기금으로 반납하게 돼 있는 정산비용 항목을 풀어 인건비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국가계약법상 조달청과 스포츠토토코리아 간 체결된 계약 내용을 수정하는 예산조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스포츠토토코리아의 재정 문제는 사업자가 운영비 항목을 저가로 써낸 구조적인 한계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 8월부터 스포츠토토코리아 측과 사업발전협의체를 구성해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여 인터넷 발매시스템 확대 허용 등 법령의 테두리안에서 수익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001년 출범 스포츠토토, 체육발전 이바지 공로 빛바래 '허탈'
스포츠토토 사업은 지난 2001년 시작하여 현재 약 20년간 안정적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하면서, 국가 체육재정의 약 90%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국가 공익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착 초기 한 차례 좌절됐던 스포츠토토사업을 지난 20년간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안정적 조성을 통해 대한민국 체육발전에 이바지하는 재정적 수급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는 ‘도박, 사행산업 종사자’라는 비판과 두 차례나 사업자가 바뀌는 진통을 겪으면서도 사명감으로 일해원 직원들의 공로를 배제할 수 없다.
스포츠토토 사업은 불법스포츠도박에 대응하고 건전화 및 공익성 제고와 더불어 사업 규모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2001년 28억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21년 5조 6천억으로 성장했으며, 같은 기간 2억원에 불과했던 체육진흥기금을 약 1조 8천억까지 조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포츠토토 사업이 5조 이상 성장하고 그에 따른 수익금도 1조 7천억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성장 및 기금 조성을 위해 노력한 직원들의 처우는 처참한 수준이다. 스포츠토토와 비슷한 업종으로 분류되는 강원랜드, 마사회 및 GKL(그랜드코리아레저)와 스포츠토토 직원들의 최근 3년간 평균 임금(연봉) 수준을 비교해보면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원랜드 마사회 GKL 스포츠토토코리아 최근 3개년 평균 연봉 비교(단위: 만원)
※ 출처- 공공기관 정보공개 시스템(ALIO) 및 스포츠토토코리아 내부 자료
※ 임금산정기준: 기본급, 기타수당, 성과금 및 급여성 복리후생비 포함_연봉 기준으로 표기
◆2025년 7월 1일부터 공단 직접 토토사업 운영... 인력 유출 가속화되면 사업 운영 차질
지난 2021년 12월 말 국회는 민간 위탁 운영의 문제점(경영진 비리, 과다 경쟁, 공익성 저해 등)을 들어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00% 출자한 자회사를 설립, 직접 스포츠토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국민체육진흥법(일명 스포츠토토 공영화법)을 통과시켰다.
‘공영화 법’ 통과로 수탁사업자 경영진은 현재 비록 적자 경영을 하고 있으나, 재입찰을 통해 적자 해소 및 직원들 처우 개선 등의 기회 이익을 모색했으나 이마저 원천적으로 차단돼버렸다. 직원들은 ‘공영화법’ 통과로 5년마다 찾아오는 고용불안 상황은 일부 감소할 것으로 생각하나, 고용 인력 규모, 열악한 복지 수준 및 임금 문제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더욱이 수탁사업자 경영진은 사업기간이 약 2년 9개월 남은 지금 적자 탈출을 위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임원 연봉 30% 삭감하는 등의 조치를 단행했음에도 상황이 악화된다면 사업 자체가 ‘파행’될 것임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포츠토토 사업이 파행으로 치닫고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면 향후 ‘공영화’ 시점의 업무 인수인계 및 이후 시점의 사업 운영에도 심각한 위기가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토토 정상화 논의는 지난 20년간 열성을 다한 직원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국민체육진흥기금은 매년 국민체육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면에 쓰이고 그 효과를 전 국민이 누리고 있으나, 기금 조성을 위해 지난 20년간 종사했던 직원들은 깊은 좌절감에 빠진 것도 현실이다. 당장 수탁사업자의 경영난을 일부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책임감 있게 수탁사업자와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며, 관계 부처인 문체부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단은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와 형평성 논란 및 국가계약법을 근거로 어려움을 얘기하고 있지만, 운영비 등은 매출액,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충분히 재조정할 수 있음이 위수탁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으므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직원들의 이탈이 계속된다면, 어떠한 정책과 규정과 협의도 파행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을 수 없음을 인지하고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우선적으로 시행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 더팩트
박순규(skp200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