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1단계', 흔들리는 체육진흥투표권 수탁사업자 스포츠토토의 미래는
재정악화로 운영 위기 "공단이 정상화 도와줬으면"
체육공단 "안타까우나 계약서 내용 조정 쉽진 않아"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공단)에서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스포츠토토의 수탁사업자 '스포츠토토코리아'가 비상 경영 1단계를 선언할 정도의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스포츠토토코리아 측은 공단에 사업 파행을 막아줄 것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데, 사태를 지켜보는 양측 입장이 달라 실마리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발행 사업자인 공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2020년 7월부터 스포츠토토코리아가 수탁해왔다. 5년 계약이 만료되는 2025년 7월부터는 공영화로 전환, 공단이 직접 운영하게 된다.
현재 스포츠토토코리아는 투표권 사업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포츠토토코리아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국내외 경기 중단 사태가 생겼고, 물가 상승 등 내외부 요인이 더해져 적자 폭이 매우 커졌다"면서 " 2021년 인건비 항목에서 승인 비용(99억원)보다 더 많은 136억원이 투입됐다. 결국 자체 조달로 37억원을 추가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에 따른 고충도 있다. 스포츠토토코리아는 "선수단 운영비, 시스템 유지보수비 등의 항목에서는 공단 승인액보다 적은 비용이 들어가 자금이 남았지만, 정산 항목이라는 이유로 남은 비용이 모두 공단으로 귀속된다"며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계약이 끝나면 공영화로 전환되기에 추가 자금을 수혈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는 또 다른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토토코리아는 "'출혈 투입'으로 적자가 계속되면서 핵심 인력들이 무더기로 빠져 나갔다. 2020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43명이 퇴사했다. 현재의 핵심 인력과 노하우 없이는 2년 뒤 공단도 투표권사업을 운영하기 힘들 수 있다"면서 "투표권사업 자체가 돌이킬 수 없는 파행으로 치닫기 전에 공단이 차기 사업자로서 사업 정상화에 앞장서줬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스포츠토토코리아는 지난 8월 임원진 급여 삭감을 골자로 한 비상 경영 1단계를 선언하는 등 자구 조치까지 취한 상황이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직원들도 고통을 함께 해야한다.
이 상황을 바라보는 공단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스포츠토토코리아의 상황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현 적자 상황은 수탁사업자의 입찰 과정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문제였다는 주장이다.
공단 측 관계자는 "우선 우리는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다. 우리의 사업이 담겨야 하기에 제안요청서는 공단에서 작성했지만, 국가계약법에 따라 조달청에 의뢰해 계약을 맺었을 뿐"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스포츠토토코리아가 낙찰을 위해 약간의 무리를 해서 낮은 가격의 운영 계획을 냈다는 점을 짚었다.
공단 관계자는 "계약 당시 총 6개의 컨소시엄 중 스포츠토토코리아가 기술 2위, 가격 1위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당시 기술 1위, 가격 2위를 차지했던 전체 2위 업체를 총점 5점 차이로 제치고 낙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돌아본 뒤 "이후 모든 계약은 절차에 따라 합법적이고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스포츠토토코리아가) 사업권 획득을 위해서 가격을 무리하게 책정한 것이 적자 상황을 만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스포츠토토코리아가 운영비나 마케팅비를 공단에 반납하는 점에 대해선 "그 돈은 공단 수익으로 남는 게 아니다. 전부 국민체육기금으로 들어가는 돈"이라고 정정했다.
또 이번 계약을 끝으로 공영화가 돼 스포츠토토코리아의 추가 자금 조달조차 어려워진 점에 대해서도 "이는 10년 전 당시 수탁사업자에 문제가 있을 때부터 추진해왔던 프로젝트다. 사업자가 바뀔 때마다 어려운 측면도 있어서 이런 점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스포츠토토코리아 관계자는 "입찰 당시 가격을 낮게 쓴 건 맞다. 그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 말하고 싶은 점은 실제 사업을 운영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변수들이 생겼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마케팅비 등) 반납하는 돈이 있다면, 기금도 중요하지만 협의를 통해 좀 더 융통성 있게 써 볼 수 없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공단에 무리한 요구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 돈으로 우리가 더 나은 처우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기존 사업자 처우 정도로만 유지해서 정상적인 운영을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호소했다.
공단 실무자는 이에 대해 "그럼에도 관련 법이 촘촘해 계약을 바꾸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다. 또한 만약 (스포츠토토코리아의) 요구를 들어주면 지난 입찰 과정서 2위를 했던 업체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다. 형평성도 어긋나고 국가계약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반박했다.
긍정적인 점은 양 측 모두 문제가 빨리 해결돼 투표권사업이 정상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토토코리아는 "우리가 공단 측과 싸우려는 게 절대 아니다. 그저 양 측이 원활한 합의를 통해 사업정상화에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공단 관계자 역시 "투표권사업 관련 핵심 인력이 빠져나간다는 점은 우리도 우려하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보다 빨리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기사제공 뉴스1
안영준 기자 (tr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