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①]
'생각보다 더 심각한' 국내 불법스포츠도박 규모
불법스포츠도박 근절을 위한 신고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불법스포츠토토신고센터 홈페이지 화면. /스포츠토토코리아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프로스포츠의 인기 이면에는 불법스포츠도박 성행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불법스포츠도박은 2차 범죄는 물론 청소년 도박, 조세 포탈, 프로스포츠 승부 조작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시대가 지속되면서 불법스포츠도박 역시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스포츠토토와 공동 기획해 최근 더욱 성행하고 있는 불법스포츠도박의 실태를 점검하고 근절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최근 불법스포츠도박에 가담한 사례와 사건사고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20대 남성 2명은 2019년 7월부터 3개월간 베트남으로 건너가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2일 부산지법 형사17단독(이성은 판사)으로부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 받았다.
두 사람이 가담한 도박 사이트는 스포츠 경기 '승무패' 등의 형태를 베팅 형식으로 활용했다. A 씨는 사이트에 배당률을 공지하고 접속 회원을 관리하는 일을 했으며, B 씨는 게임 머니 충전과 환전, 정산 등의 임무를 맡았다. 이성은 판사는 "이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 심각한 사회 문제들 초래
불법스포츠도박의 폐해는 상당하다. 불법스포츠도박은 도박 중독자 양산, 도박 관련 2차 범죄(절도ㆍ사기ㆍ폭력 등) 증가, 청소년 도박, 조세 포탈, 프로스포츠 승부 조작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불법스포츠도박에 따른 프로스포츠 승부 조작의 경우 스포츠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스포츠의 예상치 못한 승부는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린다.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해 승리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을 때 선수들에게는 박수가 쏟아진다. 그러나 결과와 감동이 조작에 의해 연출된 것이라면, 그것은 스포츠의 근본을 흔드는 커다란 기만이며 배신이다.
불법스포츠도박의 시장 규모를 두고는 우려가 나온다. 불법스포츠도박은 불법도박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표한 제4차 불법도박 실태 조사(2019년 12월)에 따르면, 2019년 합법사행산업의 시장 규모는 총 22조7000억 원이었고, 불법도박 시장은 4배인 연 81조5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81조5000억 원의 25%에 이르는 약 21조 원이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의 규모다.
불법스포츠도박 시장 규모는 국내외 프로스포츠의 인기, 쉬운 접근성, 높은 환급률 등으로 인해 계속 커지고 있다.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은 지난 2011년 약 7조6000억 원에서 2019년 약 21조 원 규모로 3배 이상 확대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요행’에 의존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는 한편, 비대면 흐름이 대세가 되면서 스마트폰, 인터넷 플랫폼 활용이 늘어나 불법스포츠도박 시장은 향후 더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스포츠도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는 포스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페이스북
◆ 분석하면 이긴다는 위험한 생각
불법스포츠도박 등 불법도박 문제 해결에 힘을 쏟고 있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자가검진과 조기 치유 등을 권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한 관계자는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불법스포츠도박의 경우 당사자는 ‘경기를 열심히 분석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그래서 불법스포츠도박에 과몰입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자가검진을 하는 게 중요할 수 있다. 베팅을 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다든지, 돈을 빌린다든지 등 증상을 보이면 심각한 불법스포츠도박 중독이 의심된다. 그럴 경우 센터와 전문가 등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스포츠도박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운영자뿐만 아니라 참여한 사람에게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고 있는 불법스포츠토토 신고센터에서는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 관련자와 이용자, 접속 차단을 위한 사이트 주소 신고 등 불법스포츠도박 근절을 위한 신고 포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심의 결과에 따라 불법스포츠도박 운영자 및 승부 조작 관련 신고는 최고 5000만 원까지,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 설계 및 제작ㆍ유통자ㆍ이용자 신고 등은 최고 1500만 원까지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신고 방법은 불법스포츠토토 신고 센터로 제보하거나 온라인 신고 센터 접수를 이용하면 된다.
스포츠토토코리아 관계자는 “불법스포츠도박은 그 자체로 심각한 범죄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합법 스포츠토토의 이용과 성숙한 시민 의식만이 불법스포츠도박을 근절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