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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통해 희망 찾는 다문화 가족 4. 시선이 만든 낯가림, 장충고 김병휘는 그래도 웃는다
2018-12-07

케이토토가 스포츠동아와 함께 다문화가족 출신으로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선수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여러 체육인들을 소개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다문화 가족 어린이와 청소년, 부모들의 꿈과 용기를 응원하는 이번 연재 기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포츠를 통해 희망 찾는 다문화 가족④]
 

시선이 만든 낯가림, 장충고 김병휘는 그래도 웃는다

 

 

 

 장충고 내야수 김병휘는 브라질 국적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 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없다. 마음속 상처를 야구로 달래던
그는 어느덧 프로에서도 주목하는 유망주가 됐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7년 결혼한 100쌍 중 8쌍 이상이 다문화 가정이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전체 신생아의 5%를 넘었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부터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고, 이 비율은 점차 늘어갈 수밖에 없다. 이제 다문화 가정은 낯설음의 단계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는 비율상의 이야기일 뿐, 현실은 다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편견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했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조금 다르다고 해서 차별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가 잦다. 서울 장충고 야구부 내야수로 프로 입단의 꿈을 키우고 있는 김병휘(17) 역시 마찬가지다. 브라질 국적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편견의 시선을 감내하고 있다.

 

 


장충고 야구부 김병휘.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조금 일찍 철이 들다


그가 한 살 때 부모님이 이혼 절차를 밟았다. 자연히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전무하다. 어머니가 남긴 흔적은 큰 눈과 또렷한 콧날 등 다소 이국적인 외모뿐이다. 그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의도야 어쨌든, 이러한 외모를 두고 한두 마디를 던진다. 김병휘에게는 고스란히 상처로 다가왔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게 됐고 낯가림이 심해진 이유다. 28일 장충고 운동장에서 만난 그의 말이다.

 

“차라리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그런 말에 가타부타 대꾸라도 할 텐데, 내가 모르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외모에 대한 칭찬을 위해 건네는 말이더라도, 내게는 속 깊은 곳의 이야기다. 상처가 될 때도 있다. 지금도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나도 모르게 눈을 피하게 된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낯가림이 없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장충고 송민수 감독에게 김병휘를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다. 송 감독은 “솔선수범. 이 네 글자면 충분할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김병휘는 2학년인 2018년에도 주전으로 전 경기를 소화했다. 보통 2학년들은 입시나 프로 입단이 걸린 시기가 아닌 탓에 잔부상을 당하면 한두 경기쯤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김병휘는 그렇지 않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나. 내가 지도한 모든 선수들이 잘 됐으면 좋겠지만 그 중에서도 (김)병휘는 조금 특별하다. 자세한 내막을 전해 듣기 전까지는 아픈 가정사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 그만큼 티를 안 내고, 늘 훈련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는 친구다. 2019년 주장을 맡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송 감독의 이야기다.

김병휘의 목표 역시 야구선수로 성공하는 것이다. 본인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간 자신을 뒷바라지해준 가족들의 은혜를 되갚기 위해서다. 김병휘의 가족들은 의류 사업을 가업으로 삼는다. 의상 패턴 관련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비롯해 삼촌과 할머니 모두 관련 업종에 종사한다. 할머니는 김병휘의 밥이나 빨래를 해주는 것은 물론 집에 있는 재봉틀로 그의 유니폼을 직접 수선해주곤 했다.


힘들게 번 돈이지만 아들을 향해 쓰는 것은 주저하지 않았다. ‘부모님께 갖고 싶은 것을 사달라고 말해도 모두 얻을 수는 없다’는 간단한 사실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는다. 김병휘는 “야구를 시작했을 때는 물론이고 필요한 물건을 사달라고 했을 때,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모두 선뜻 허락하셨다. 남들도 다 그러는 줄 알았다. 이제야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고, 최대한 말씀드리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지금까지 야구만 해온 내가 효도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프로에 높은 순위로 입단해 계약금을 받고, 꾸준히 활약해 고액 연봉을 받는다면 그간 고생하신 것을 갚아드릴 수 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장충고 야구부 김병휘.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왕도 밟아온 김병휘, 프로를 꿈꾼다

 

그의 높은 순위 프로 입단이 마냥 허황된 꿈은 아니다. 송민수 감독은 장충고 지휘봉을 잡은 뒤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싹’이 보이는 1학년은 주전 1루수로 기용한 뒤 2학년 때 2루수, 3학년 때 유격수로 포지션 변경을 시키는 방식이다. 송성문(넥센 히어로즈), 박찬호(KIA 타이거즈) 등이 이러한 절차를 거쳐 프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금 더 원숙한 고학년들을 주전으로 쓰면서 상대적으로 기여도나 주목도가 떨어지는 1루수를 저학년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이들의 수비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김병휘 역시 이러한 ‘왕도’를 밟으며 성장했다. 내야 수비만큼은 지금 당장 프로에 가도 통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충고가 내야수 김병휘와 외야수 박주홍으로 2019년 최대어 두 명을 배출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병휘는 “딱히 응원하는 팀도, 롤 모델도 없다. 하지만 수비를 잘하는 유격수의 영상이라면 가리지 않고 찾아본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유격수를 맡았다. 수비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야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순번으로 지명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프로필상 신장은 178㎝, 체중은 80㎏로 한 시즌을 치르기엔 다소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김병휘 역시 이를 느꼈다. 예년에 비해 장타력이 감소한 것을 체감했다. 장충고는 내년 1월말 필리핀으로 한 달 가까이 전지훈련을 떠난다. 그 전에 근육량만 5㎏ 늘리겠다는 각오다.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만 만나는 것 같다. 가족들은 물론 함께 야구를 한 동료들, 감독님들 모두 그랬다. 2019년은 이 멤버로 함께 보내는 마지막 시간이다. 장충고 소속으로 좋은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는 우승이 필수다. 이 목표만 신경 쓰겠다.” 그의 다짐이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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