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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통해 희망 찾는 다문화 가족 3. 한국판 볼트를 꿈꾸며…부산체고 최기만의 희망가
2018-11-23

케이토토가 스포츠동아와 함께 다문화가족 출신으로 스포츠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선수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여러 체육인들을 소개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다문화 가족 어린이와 청소년, 부모들의 꿈과 용기를 응원하는 이번 연재 기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포츠를 통해 희망 찾는 다문화 가족③]

한국판 볼트를 꿈꾸며…부산체고 최기만의 희망가

 

 

< 한국인 아빠와 가나 출신의 엄마 사이에서 자란 최기만 군은 한국육상의 기대주로 손꼽힌다.
부산체고에서 400m 중장거리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최 군은 최근 학교 근처의 찻집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우사인 볼트를 뛰어넘는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부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부산의 한 작은집에 거주하는 아빠와 엄마는 몸이 불편하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데다 매달 지급되는 복지수당으로 생계를 꾸려가다 보니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그렇지만 아들에게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부모님이다. 한국 육상 ‘기대주’ 최기만(17·부산체육고등학교 2학년) 군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사랑하는 두 분의 삶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는 것. 졸업한 뒤 대학교에 진학하기보다 실업팀에 입단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이유다.


“조금 고민스럽다.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 서울을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부족한 내게 감사하게도 많은 관심을 주신다. 집안사정이 좋지 않아 가장 역할을 잘하고 싶은데,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많은 분들께 조언을 구하고 있다.” 최 군은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엄마 최리나(개명) 씨가 아프리카 가나 출신이다. 최 군은 4차례 정도 엄마 고향을 찾은 적이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경유까지 비행기만 세 번 갈아타는 머나먼 지역이다. 한 번 갈 때면 수개월씩 머물면서 육상선수의 꿈을 키웠단다.


그곳 사람들의 삶 자체가 운동이었다. 너도 나도 달리기를 했고, 약간의 공간만 있으면 공놀이를 했다. 길거리에 동물도 참 많았다. 대로변에 누워있는 소와 개는 기본이었다. 심지어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빠르게 기어오는 뱀을 보고 재빨리 도망간 추억도 있다.

 

 

 

< 한국 육상 ‘기대주’ 부산체고 최기만. 부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신장 184㎝·체중 71㎏의 당당한 체격조건을 자랑하는 최 군의 주 종목은 400m, 부 종목은 400m 허들이다. 그런데 아직 종목을 확정짓지는 못했다. 100m에 110m 허들, 심지어 세단뛰기에도 흥미가 있다. 특히 세단뛰기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훈련할 계획이지만 꽤 소질이 있다.

 

기록도 실력도 우수한 편이다. 올 7월 전북 익산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제39회 전국시도대항 육상경기대회에서 2관왕을 했다. 400m를 49초19에 끊었고, 400m 허들은 54초38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까지는 100m와 110m 허들에 주력했는데, 400m를 50초 이내에 진입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일단 내년 목표는 분명하다. 전국대회 3관왕이다. 정규시즌에는 매달 두 개 대회 정도 출전하는데, 한 번쯤은 3관왕을 하고 싶다. 400m와 400m 허들 이외에 한 종목에서 우승을 추가하고 싶다.”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출신 학생들이 경험하겠지만 최 군도 깊은 상처를 받곤 했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마주칠 때 누군가 무심하게 쳐다보는 것도 부족해 비속어를 섞어가며 놀릴 때면 그는 잽싸게 달려들곤 했다.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까지 본인도, 주변의 친구들도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는데 당시에는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외국에 그대로 눌러앉으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도 나쁜 친구들보다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부산체고 경기지도자) 정소희 코치님과 (단거리·도약부) 허순영 감독님이 항상 당당하라고 조언해주셨다.”


육상은 정말 우연히 시작됐다. 천식이 심하고 몸도 약했다. 물론 운동은 좋아했다. 중학교 1학년 때인 2014년 일반학생 신분으로 나선 부산 챌린저대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최 군을 정 코치가 스카우트해 지금에 이르렀다. “뛰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뿌듯하다. 깨기 어려운 한계를 서서히 극복해 나가는 쾌감이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벽을 하나하나 허물어가면서 스트레스도 풀린다. 트랙을 내달릴 때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대한민국 육상의 모든 기록을 깨트리고 싶다. 하계올림픽 출전도 꼭 이룰 것이다.”

 

 

 

 

< 한국 육상 ‘기대주’ 부산체고 최기만. 부산|남장현 yoshike3@donga.com >

 

최 군의 롤 모델은 대부분의 육상선수들과 다르지 않다. 역시나 우사인 볼트(32·자메이카)다. 종목은 다를지언정 인터넷 동영상에서 볼트가 역주하는 모습을 보며 엄청난 감동을 느꼈다. 그에 버금갈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최 군도 가능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물고 늘어지며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내 장점이다. 필드 훈련뿐 아니라 이미지 트레이닝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보폭과 팔 치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계적인 선수의 동작을 보고 열심히 배우고 있다. 무작정 따라하기보다는 내게 맞는 부분을 찾아 접목시키려 한다.”

 

최 군에게 올 시즌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좋은 기록도 냈지만 아쉬움도 경험했다. 전북 일원에서 개최된 제99회 전국체육대회가 후자였다. 정강이 피로골절 후유증으로 무리하지 말았어야 하나 대회 400m 예선과 결승을 전부 뛰었다. 성적이 좋을 수 없었다. 7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돌아온 것은 질책이 아닌 따스한 격려였다. 정 코치는 “아픔도 성공도 네 인생에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힘을 북돋았다. 올 겨울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할 참이다. 천식으로 날씨가 추워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호흡곤란증세가 찾아오곤 하나 땀을 흘려야 살아있음을 느끼는 최 군이다.

 

“전 세계가 알아봐주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건방진 표현일 수 있으나 우사인 볼트를 뛰어넘고 싶다. 육상이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이 아닌, 인정받는 인기종목으로 재탄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존재로 육상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에게 매력을 준다면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부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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